힘 자랑하는 '최순실 청문회'…"기업인 마구 불러 망신줄 작정했나"

입력 2016-11-28 18:49  

기업인 무더기 추가 증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관련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 장충기 삼성사장 등도 불러

"단 몇분 대답하기 위해 하루종일 대기해야 하나"
질문시간·진행방식 바꿔야



[ 장창민/김기만 기자 ]
국회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9명의 기업 총수 외에 기업인 증인을 추가 채택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기업에 대한 별도 청문회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재계에선 대기업 회장뿐만 아니라 경영 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불러놓고 호통을 치거나 ‘공개 망신’을 주는 장면이 여과 없이 TV로 생중계되면 기업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재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정기업 별도 청문회 주장도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8일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의 최광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박범계, 국민의당 김경진 간사와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특히 민주당 측이 삼성과 롯데, 부영 등에 대한 별도 청문회까지 주장하고 있어 기업인 증인 채택이 무더기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최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 장 사장 외에 박원오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박창균 국민연금 자문위원, 김상조 한성대 교수,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 등은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삼성에선 국회가 추가 증인 채택을 통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 것을 ‘박 대통령-삼성-국민연금 간 주고받기’ 대가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이 지난해 홍 전 본부장을 여러 명과 함께 만났으며 상당수 기관투자가를 직접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때(2015년 7월25일)는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7월17일)가 끝난 뒤라고 누차 설명했지만 국회가 삼성을 정조준한 추가 증인 채택에 나서자 답답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별검사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드러날 경우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문과 의혹만 갖고 민간 기업 합병을 국회가 조사한다는 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기업 글로벌 비즈니스 ‘치명타’

삼성 외의 다른 그룹들도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청문회가 자칫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망신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재계에선 이번 청문회 방식이 기존 국정감사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기업 총수 발언을 비공개로 하는 게 어렵다면 적어도 여야가 운영의 묘를 살려 질문과 진행 방식을 실효성 있게 바꿨으면 좋겠다”며 “지금 방식대로 청문회가 이뤄지면 연로한 기업 총수들이 단 몇 분 대답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하루종일 증인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 신인도 하락과 반(反)기업 정서 확산도 큰 걱정거리다.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기업 인사나 투자계획 수립,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일부 총수가 출국금지나 기소 등을 당하기라도 하면 당장 해외 사업 관련 계약이나 거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해외에서 국내 기업인이 부정부패 인사로 낙인 찍히면 외국 정부 공사 수주를 원천 봉쇄당하고, 금융거래까지 제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김기만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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